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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과제 (2) 인권 제도의 확립 - 주거권

인권의 이해

by 뜌뜌뜌뜌뜌 2023. 7.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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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확립

(1) 주거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것이 누구나 알고 있는 의식주(衣食住)인데,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람답게 산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집은 인권 중에서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누릴 권리, 주거권과 관련이 있습니다.
 1991년 유엔 사회인권위원회에서 인간다운 주거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켜져야 할 일곱 가지 원칙에 대해서 발표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 점유의 법적 안정성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택의 소유자이거나 정당한 임대차계약을 맺은 사람에게만 점유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세입자를 임대인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세입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임대인이 갑자기 전월세금을 올려달라거나 집을 비우라고 한다면 세 들어 사는 사람의 주거생활은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세 들어 사는 사람이 계속 그 집에서 살기 원한다면 임대료 미지불 등 특별한 계약 위반 사항이 없는 한 집주인이 강제로 쫓아내지 못하게 하는 ‘자동갱신제’와 같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적절한 주택에 거주하는 데 있어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성별, 종교, 인종, 소득 수준, 고용상태, 장애여부 등 어떤 종류의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성별이나 인종, 특히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는 빈번하게 차별이 발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셋째, 모든 사람들이 접근과 이용이 가능해야 하고, 안전해야 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집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집이라 할지라도 경제수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도시에 사는 대다수의 빈곤층은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료를 지불하며 세 들어 살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도시빈곤층이 모여드는 곳이 달동네나 비닐하우스, 판자촌 등 
무허가 주택입니다. 최근에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한다며 그곳에서마저 내몰리고 있어 도시빈곤층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을 위해 국가는 주택 가격의 현실화 및 더 많은 임대주택 공급 등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넷째, 집이 없는 홈리스는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며, 국가는 이들을 위해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들은 주거권을 전혀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이들이 주거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다섯째, 모든 사람들은 깨끗한 물과 전기, 햇빛, 수도, 도로, 교통 등 공공서비스와 지역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학교나 관공서, 은행과 같은 공공시설과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이나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은 공공시설의 사용이 힘들 뿐만 아니라, 전기와 수도 같은 공공 서비스를 받는 데에도 상당한 불편이 따릅니다. 또한 경제적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햇빛이 잘 들어오고 전망이 좋은 집에 살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지하(반지하) 방에 삽니다. 유엔은 국가가 이와 같은 상태를 방치하는 것도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섯째, 주거공간이 너무 좁아서는 안 되며, 추위, 습기, 더위, 비, 바람 등을 막아줄 수 있는 집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방, 부엌, 화장실과 같은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가족이 많으면 그만큼 넓은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재해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집도 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2010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약 12퍼센트에 해당하는 203만 가구, 500만 명에 달합니다.(2011년 개정된 최저 주거 기준 적용시).

 일곱째, 문화적 특성이 보호되며, 익숙한 문화가 파괴되지 않아야 하는데, 한 동네에 오랫동안 함께 살던 주민들이 재개발로 인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은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일수록 빈번한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웃 간의 익숙한 문화를 파괴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유엔이 주거권과 관련해 제시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주거권 보장에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2009년 12월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에 주거권과 관련해 바로잡아야 할 세 가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노숙자 문제에 대한 대책,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조건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서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할 것, 마지막으로 살고 있던 사람을 강제로 내쫓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씁쓸하면서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영국의 사회학자 존 렉스(Jone Rex)와 로버트 무어(Robert Moore)는 1967년 ‘주택 계급’이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주택을 둘러싼 영국 사회의 빈부 격차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새로운 용어였습니다. 이들은 주택의 소유 및 거주 형태에 따라 일곱 개의 계급을 제시했습니다. 주택 소유자(일반 소유자와 저당권 설정 
주택 소유자), 공공주택 임대인, 철거되기를 기다리는 주택에서 단기간 동안 사는 공공주택 임대인, 개인주택 임차인과 방을 세놓고 있는 주택소유자, 셋방에서 사는 사람. 이렇게 일곱 계급입니다. 이들 중 경제적으로 가장 넉넉한 이들은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교외 주택에 몰려 살고, 형편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은 복잡한 도심에 삽니다.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남의 집에 세 들어 살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은행 대출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설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더 라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다시 세를 놓습니다. 우리나라의 사정과 비슷하다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서유럽 나라들은 자기 집 비율이 40∼60퍼센트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가 주택을 많이 확보해서 국민들이 임대료를 지불하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국민의 3분의 1이 공공 임대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독일도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사는 가구 비율이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집에 세 들어 살거나 공공임대주택에 삽니다. 이들도 적정한 가격의 월세를 내고 생활을 하는데, 이 가격은 지역별로 임대인 대표와 세입자 대표, 지방 자치 단체가 합의해서 정하는데 , 공정 임대료 제도입니다. 임대인은 
월세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릴 수 없고, 정부가 발표한 물가 인상 범위 내에서 조정하거나 몇 년에 걸쳐 단계별로 인상을 합니다. 또 집을 빌려주는 기간이 거의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그 집에서 살 수 있으며, 집주인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세입자를 함부로 쫓아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전체 가구의 90퍼센트 이상이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싱가포르 국토의 대부분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서, 국민들은 땅값을 내지 않고 건물 값만 내기 때문에 집값이 저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건설회사가 아닌 정부 기관이 맡아서 집을 짓기 때문에 집값이 저렴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국민들에게 집값 대부분을 거의 이자를 받지 않고 빌려줍니다. 국민 모두에게 매달 월급의 3분의 1을 강제로 저축하게 해서 모아 놓은 국민 연기금이 있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사례만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이런 나라들의 공통점은 국가가 국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제도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거 빈곤층을 위한 법적인 제도가 확충되어야 합니다. 당장 실행 가능한 것으로는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을 보완하거나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장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비닐하우스나 쪽방에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주거권이 침해당할 만한 주택, 예를 들어 옥탑방이나 반 지하 같은 방을 만들지 않도록 애초부터 법제화하는 것도 주거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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