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역할 (2) 여성들의 권리 찾기

여성들의 권리 찾기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팡틴은 19세기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비참한 사람들의 전형과도 같았습니다.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민주정치의 서막을 연 나라였습니다. 왕이나 황제처럼 혈통에 의해 국가지도자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국민의 선택에 의해 국가지도자를 뽑는 민주적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왕정이 아닌, 공화정의 탄생이었습니다.

 

(1) 제1공화정과 왕정복고
 프랑스는 제1공화정 시대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공화국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남성이었고, 예전부터 기득권을 갖고 있던 귀족과 성직자 계급이었습니다. 공화국은 여기에 일부 부유한 부르주아 계급의 참여를 허용했을 뿐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일반 시민 중에 참정권을 확보한 사람은 0.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자신의 대표를 투표로 뽑는 공화정은 제1공화국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황제에 등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나폴레옹의 제1제정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나폴레옹과 운명을 함께합니다.
 뒤이어 왕정복고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레미제라블’에서 팡틴의 불행은 왕정복고시기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1830년 7월 혁명이 일어났지만, 샤를르 10세 대신 좀 더 영악한 루이 필리프가 새로운 왕이 되어 왕정 시대는 계속됩니다. 1848년 2월 혁명으로 제2공화정이 수립될 때까지, 아니 그 다음 보나파르트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는 제2제정을 거쳐 제3공화정이 수립될 때까지 거의 100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혁명과 반동의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런정치적 격변과 함께 참정권도 조금씩이라도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2) 당시 여성들의 노동 환경
 팡틴의 경우처럼 권리를 억압당하던 여성들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해도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방직 공장이나 탄광, 제철 산업 등에서 장시간 일하면서 결혼한 여성들의 경우 노동과 더불어 아이들의 양육까지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830년대 미국에서는 공장에서 일하던 어린소녀들이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산업화로 인해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기를 원했고, 그리하여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3) 여성들의 권리 요구 운동

 미국과 영국에서는 여성들이 노예제 반대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것은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1840년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반노예제 대회(World Anti-Slavery Convention)에 여성들이 참석하려고 했으나 공적인 대회에 여성들이 참여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남성들이 거부했고 이런 남성들의 행태는 여성 운동가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자극받은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 1815∼1902), 루크레시아 모트(Lucretia Mott, 1793∼1880) 등 노예제에 반대하는 미국의 여성 운동가들이, 1848년에 미국 세니커폴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권리를 위한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들은 “모든남성과 여성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선언하면서, 여성이 선거권, 계약할 수 있는 권리, 재산을 소유할 권리, 이혼 시 자녀를 양육할 권리, 배심원으로 활동할 권리,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① 미국의 여성권리요구운동
 1868년에는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는 자유주의 조직인 전국여성참정권협회(National Women's Suffrage Association, NWSA)와 보수적인 단체 미국여성참정권협회 (American Women's Suffrage Association: AWSA)가 창립되었고, 이후 이 두 단체가 통합하여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였습니다.

 

② 영국의 여성권리요구운동
 영국에서도 여성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이 점차 확산되어 1850년대에는 교육 개혁, 이혼할 권리, 결혼한 여성의 재산권 인정, 여성 고용 기회 확대 등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1860년대 이후에 여성참정권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일부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이 철제 기둥에 자신의 몸을 묶거나, 경마장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을 정도로 격렬하게 활동했습니다.

 

③ ‘세계 여성의 날’
 매년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된 것도 이때 일어난 사건 때문입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에 있는 섬유 공장의 여성 노동자 1만 5천여 명이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서 1일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이자 독일 사민당의 지도자 클라라 제트킨(Clara Zetkin, 1857∼1933)과 러시아의 여성정치가였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Alexandra Mikhailovna Kollantai, 1872∼1952)의 제안으로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고, 1975년부터 매년 3월 8일 UN에 의하여 공식 지정(International Women's Day)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전후해 여성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