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인권 (3) 국가의 역할 - 민주주의의 현실과 실현

국가의 역할

(1) 민주주의의 현실과 실현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촉진하고 신장하기 위해서 국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국가의 역할이 인권의 기능이 아니라 민주적 정치 과정의 기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인권의 목표가 국민을 억압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국가를 억제하는 것이라면, 그 목표는 인권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의해 더 잘 수행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국가의 적극적 기능이 민주적 정치 과정 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목적론적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민주주의가 대중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참여의 정도와 성격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습니다.

현대의 민주주의 현실에서 국민들이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권력은 소수 집단에게 집중되고, 과도한 경쟁과 물질 중심의 풍토는 사회의 여러 집단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실천은 민주적 이상에 미치지 못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그것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인권의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국가의 정책과 공공사안에 대해 누구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들이 정부의 기능을 감시하고 통제
하는 제도적 장치가 올바르게 작동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사회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권리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통해서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정목표를 수행하는 정부 조직은 인권의 보장과 증진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사람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행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행정은 정부 조직 및 공무원 활동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행정은 인권의 보장과 
증진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조직과 공무원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 활동이 인권의 보장과 증진을 위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데, 효율성과 성과만을 중시하는 행정은 인권 원칙과 맞지 않는 듯 합니다. 국가권력은 오랫동안 국민 위에 군림하며 국민의 인권이 아닌 국가 중심으로 지속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권이라는 가치보다는 경제 성장만을 추구하는 법과 정책들은, 시장 경제의 확산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과 더불어 인권의 실현을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의 인권은 설 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것은 각 개인이 모여 국가라는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목적은 국민 개개인들이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고, 국민 개개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국가와 개인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국가는 권위주의적 태도와 성장 중심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개인의 인권을 추구하는 것이 곧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