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동체 (4) 사회구조의 변화

사회구조의 변화

(1) 개요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에서 농촌공동체는 점차 민속사회의 성격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들의 복합적 결과로 나타난 것인데, 크게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 두 가지로 대별하여 다음과 같은 주요 요소들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외적 요인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교통과 통신,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발전과 도시화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교통과 매스 미디어의 발전은 그만큼 고립되었던 농촌공동체들 간의 사회문화적 접촉을 증대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접지역에서 도시가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질적인 도시문화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민속사회적 성격의 약화는 공동체의 내적 변화에 의해서 더욱 촉진됩니다. 그 중요한 요인으로 사회제도의 변화와 농업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전통적 신분제도의 붕괴는 촌락사회를 보다 개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농업기술의 발전은 협업과 자급자족적 경제체제를 계약과 시장경제체계로 전환시켜 왔습니다. 

 

(2) 민속사회적 성격의 약화
 오늘날 대부분의 농촌공동체는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을지라도 사회적으로는 점차 개방적으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직접적 요인은 교통수단, 특히 자동차교통의 발전입니다. 과거의 중요한 내륙교통수단이었던 철도운수는 도시의 발전과 성장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산재하여 있는 농촌공동체들의 고립성과 폐쇄성을 깨뜨리는 데에는 불충분하였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운수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발전함에 따라 산간촌락에 까지도 도로가 확장되어 외
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촌락은 없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부가해서 간접적 사회접촉의 매체인 통신과 매시 미디어의 발전은 촌락민들의 전통적 보수성을 깨뜨리는데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농촌공동체의 민속적 속성을 약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도시화와 농업기술의 발전입니다. 농촌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산업도시의 발전, 그리고 교통수단의 향상은 농촌에서 도시에로의 대규모의 인구이동을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인구이동은 촌락의 고립성과 지방주의의 약화에 기인하기도 하나, 이를 더욱 촉진시키는 요소로서도 작용됩니다. 도시로 이주한 촌락민들 가운데서 어떤 사람은 계속 그가 살던 촌락과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귀환이동을 하여 도시의 생활양식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발전의 중심지이며, 동시에 문화전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농촌공동체 역시 빠르게 변모할 것입니다. 대도시에 인접하여 있는 촌락이 가장 먼저 민속사회적 성격을 상실해 가는 예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농업기술의 발전 또한 농촌사회의 전통적 특성을 전환시키는 중요한 요인인데, 이는 촌락사회를 결속시켰던 강한 집단유대와 협동관계를 깨드리고 계약노동과 경쟁적인 기업농을 발전시키는 근본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3) 사회제도의 변화
 대부분의 농촌공동체에서 획기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는 신분제도의 붕괴와 더불어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신분제도는 단순히 지위의 서열만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생활의 거의 모든 중요한 국면들을 규제합니다. 한국의 경우, 반상의 신분제도는 갑오개혁으로 무너져 신분에 의한 사회적 구속은 없어진지 오래되었으나 차별의식은 아직도 잔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반성씨의 촌로들은 상민출신과 상민촌을 구별하는 습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반상을 성씨로 구별하는 신분의식은 양반출신은 물론 상민출신까지도 혈연유대를 강화시켰는데, 그러나 신분제도 없이 혈연유대는 동족촌과 친족범위 이상으로 확대되기 어렵고 이것조차도 약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분제도의 폐기와 더불어 토지사유제가 채택되면서 과거의 반상의 신분관계는 지주와 소작의 계약관계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작제도를 철폐하기 위하여 1948년 농지개혁을 시행하였는데, 이후 6.25 동란으로 그 실 효과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작농은 영세자영농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은 소작농이 있으나 그들의 지주와의 관계는 계약관계이지 과거처럼 전인격적으로 구속된 관계는 아닙니다. 최근 한국의 농촌에서 가장 획기적인 제도적 변화는 농업협동조합의 소개입니다. 이는 민속사회의 협동적 유대에 기초한 ‘계’와 같은 전통적 금융제도가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농업협동조합의 운영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있으나 농민들의 농협의존도는 계속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4) 농업의 발전
농업의 발전이나 농업생산성의 증대는 네 가지 농업기술의 향상으로 일어났습니다.

 

① 관개와 수리를 포함하는 토지개량
② 화학비료와 구충제의 사용
③ 종자의 개량
④ 생산의 기계화 등

 

이 모두는 과학기술의 응용과 발전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농업의 발전은 공업화와 정부의 특별한 정책수립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현대농업기술은 일본의 식민과 더불어 처음으로 소개되었는데, 식민정부는 일본으로의 식량수출과 한반도의 급격한 인구증가에 대비하기 위하여 농업생산의 증대에 노력하였습니다. 그 초기에는 토지개량과 확장사업으로, 그 후기에는 화학비료와 구충제의 소개로 식민정치의 말기까지 농업생산은 크게 증대되었습니다. 그 후 식민정부의 몰락과 6.25 동란으로 농업생산은 정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이래 급격한 공업화와 고도의 경제성장은 농업기술 향상에 큰 파급효과를 줍니다. 농업생산은 다시 증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농업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 생산성은 점차 증대하고 전문화된 기업농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렇게 하여 자급자족적인 농업생산으로부터 탈피하여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모든 농가가 상업농이 되었습니다. 최근 농업기술의 향상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아직도 그 수준은 낮으나 급속도로 기계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