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 기구의 기원과 발전 (5)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과정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

(1)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과정

 우리나라의 국가인권기구는 인권단체의 오랜 노력과 활동이 뒷받침되어 설립되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당시 한국사회에서 생소하기만 했던 ‘인권’이라는 의제를 가시화하고, 새로운 기구 설립을 통한 인권의 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인권기구의 설치에 관한 논의는 1993년 
6월 비엔나에서 개최된 <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 의해 처음 가시화되었습니다. 이후 민간단체들은 <파리원칙>에 따른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법률 제정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각종 인권관련 국제회의에서 국가인권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국가인권기구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인권기구 설립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1997년 11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인권법 제정 및 국민인권위원회설립’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김 대통령 당선 후 ‘인권법 제정 및 국민인권위원회 설립’이 ‘국민의 정부’ 100대 국정과정에 포함됨에 따라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논의가 제도권 내에서도 급속히 진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법무부는 1998년 4월 ‘국민인권위원회설립준비단’을 발족시켰고, 같은 해 10월 인권법 제정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정부 차원의 국가인권기구 설립이 가속화되었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기구의 지위 및 독립성 등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정부 간에 3년여에 걸친 싸움이 계속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가인권기구를 법무부 산하 민간기구로 설립할 것을 추진했고, 인권시민단체는 1998년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 1999년 71개 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며 정부와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이런 인권시민단체의 노력의 결과 2001년 4월에 이르러서야, 입법 사법 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국가기구를 규정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국회에서 통과(제적의원 273명, 찬성 137명, 반대 133명, 기권 3명) 되었습니다. 정부는 2001년 5월 15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 공포안을 의결했고, 5월 24일 법률로 공포됐으며, 11월 25일부터 
시행되어 오늘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