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모체는 임신이 되며, 임신기간은 평균 266일, 즉 38 주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아기(약 70%)는 수정 후 34-40주 사이에 태어납니다.
수정란이 모체의 자궁 속에서 성장하는 기간을 태내발달기간이라 하며, 태내발달기간은 발아기 (germinal stage), 배아기(embryonic stage) 및 태아기 (fetal stage)의 세 단계로 나뉩니다.
1. 발아기
발아기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할 때까지, 즉 수정 후 2주까지를 말하는데, 수정란은 수정이 이루어진 직후부터 세포분열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둘로, 둘에서 넷으로, 넷에서 여덟으로 분열합니다. 세포분열은 매우 신속히 이루어져 수정 후 3일에는 32개의 세포로, 그 다음날에는 64개의 세포로 분열됩니다. 이렇게 세포분열을 하면서 수정란은 나팔관을 지나 3, 4일 후에 자궁에 도착하며, 수정된 후 7일에서 14일 사이에 자궁벽에 착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세포분열을 하면서 착상하는 동안, 세포수가 증가할 뿐 아니라 세포의 기능도 세분화됩니다. 예를 들어 일부의 세포는 수정란의 보호막이 되고 일부는 태반과 탯줄을 이룹니다.
하나의 정자와 하나의 난자의 만남은 하나의 생명체의 탄생을 뜻합니다. 그러나 항상 한 생명체만이 탄생되는 것은 아니닌데, 1997년 미국에서는 일곱 쌍둥이의 탄생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나 이상의 생명체가 태어날 가능성은 1,000명 중 12명꼴이다. 쌍둥이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에 의하여 출생하게 됩니다.
첫째는 하나의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세포분열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전적으로 동일한 둘 이상의 생명체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분열이 한 수정란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일란성 쌍생아(monozygotic twin)라고 부릅니다. 일란성 쌍생아는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졌으므로 동성이며 서로 똑같이 생겼습니다. 둘째는 두 개의 난자가 배출되어 12시간 내에 둘 다 나팔관에 들어가 각각 다른 정자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난자가 서로 다른 정자에 의해 수정이 되었으므로 이들은 유전적으로는 마지 형제와 같으며 같은 성일 수도 있고 다른 성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이란성 쌍생아(dizygotic twin of fraternal twin)라 부르며, 일란성 쌍생아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쌍생아의 약 67%).
2. 배아기
발아기의 끝, 즉 수정 후 2주경이 되면 수정란은 자궁벽에 확실히 착상하게 되며, 이때부터 수정란을 배아라 부릅니다. 배아기는 수정란의 착상으로부터 6주까지, 다시 말하면 수정 후 2주부터 8주까지입니다.
이 기간에 배아는 주요 신체기관과 조직을 발달시킵니다. 배아의 세포는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의 세 층으로 분열됩니다. 외배엽은 분열하면서 뇌, 척추, 피부, 치아 같은 조직이 되며, 중배엽은 근육, 뼈, 혈관이 되고 내배엽은 폐, 간, 소화기관이 됩니다. 3주가 되면 머리와 두뇌영역이 발달하고 순환체계가 발달하기 시작하여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4주가 된 배아는 1인치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척추, 팔다리가 뚜렷해지고 소화체계와 신경체계가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5주가 되면 손과 폐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6주가 되면 머리가 더 커져 두뇌가 좀 더 발달하며 손, 다리, 발 등이 보다 더 형성됩니다. 7, 8주가 되면 근육이 형성되며 대뇌피질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이와 동시에 태반이 발달하고 탯줄이 태반과 배아를 연결합니다. 혈액이 탯줄을 통해 배아와 태반 사이를 오감으로써 모체로부터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배설물을 배출합니다. 이러한 교환은 마치 필터와 같은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배아와 모체의 혈액은 섞이지 않습니다.
임신 3개월 이전, 다시 말해 배아기에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시각장애, 폐의 결함, 언청이 등과 같은 장애를 갖게 됩니다. 배아의 결함이 크면 배아는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자연유산이 됩니다.
3. 태아기
수정 후 8주경부터 배아가 뼈세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한 생명체의 구조의 분화가 끝납니다. 이때부터 이 생명체를 태아(fetus)라고 부르며, 수정 후 9주부터 출생까지를 태아기라 합니다.
이제 태아는 비교적 작은 구조, 예를 들어 손가락, 손톱, 눈꺼풀, 눈썹들을 발달시키기 시작합니다. 태아는 새로 만들어진 눈꺼풀을 닫고 눈이 기본적으로 완성되는 약 26주까지는 눈을 뜨지 않습니다. 눈뿐 아니라 다른 신체구조도 이 기간 동안 성인과 더 비슷해집니다. 신체 비율도 성인에 더욱 가까워지는데, 예를 들어 아직은 성인에 비해 머리 크기의 비율이 매우 크지만 점점 머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아집니다.
약 12주가 되면 태아는 약 7.5cm 정도로 자라며, 팔다리와 손가락 등 인간의 모습을 뚜렷하게 보이고 몸에 무엇이 닿으면 반사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16주가 되면 태아는 약 12cm가 되며 손바닥을 만지면 꼭 잡으려 하고, 발바닥을 건드리면 발가락을 꽉 폅니다. 또 입술에 무엇이 닿으면 빨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반사반응을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데, 4,5개월 정도가 되면 손과 발이 잘 발달됩니다. 이제 태아는 눈을 뜨고 감을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며, 폐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을 수 있고, 손톱과 머리카락, 땀샘 등이 발달합니다.
임신 4개월이 되면 임신부가 임신을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태동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태아가 움직이는 것은 훨씬 이전부터이지만 임신부가 느끼지 못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4개월이 되면 태아가 성장하여 자궁이 좁아짐으로써 태아가 불가피하게 자궁벽을 더 자주 차게 되고 그로 인해 임신부는 태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태아의 움직임은 18주경부터 강해지고 자주 발생하며 28주에서 29주 사이에 절정에 달한 뒤 그 후부터 출생까지는 어느 정도 감소됩니다. 태아의 움직임은 생후의 복잡한 행동의 기반이 되며, 신체가 적절히 성장하고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에 중요합니다. 태아가 움직이지 않으면 태아의 신체, 예를 들어 골격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임신기간 내내 증가하는 태아의 몸무게는 임신 말기가 되면 갑작스런 증가를 보입니다. 20주경이 되면 태아의 몸무게는 약 0.3kg으로 출생 시의 평균몸무게의 약10%에 달하지만 키는 약 30cm로 출생 시 평균키의 50%가 넘게 됩니다.
7개월이 되면서 태아는 키는 약 40cm, 무게는 약 1.4~2.3kg이 됩니다. 이제 태아는 울 수 있으며, 숨쉬고, 삼키고, 손가락을 빨 수 있고 소화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태아는 모체 밖으로 나와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8개월이 되면 태아는 2.3~3.2kg 정도가 되며 출생 후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피부에 지방이 발달합니다. 9개월이 되면 완전히 성장이 이루어져 몸무게는 평균3.4 kg, 키는 약 50cm 정도가 됩니다.
임신 9개월이 되면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으나, 출생 후 모체 밖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지방이 저장되며,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신체 내 기관이 보다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태내발달 기간 중 기형발생요인이 언제 태내에 영향을 주었느냐에 따라 그 시기에 생성되는 신체기관에 이상이 있게 됩니다.
태아는 자궁 속의 환경에 국한되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환경자극에도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루어진 한 연구에 의하면, 임신 말 6주 동안 임신부가 태아에게 같은 동화를 하루에 두 번씩 들려주었는데, 출산 후 며칠 뒤 신생아의 반응에 차이가 났습니다. 즉, 신생아가 태아기에 들었던 동화를 들려줄 때에는 젖꼭지를 빠는 속도가 증가하였으나 들어 보지 못한 동화를 들려줄 때에는 이러한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태아의 청각이 출생 이전에 이미 발달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