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내발달 기간 38주를 채우게 되면 태아는 모체의 자궁에서 출산통로를 통해 이 세상으로 나오는 경이로운 여행을 하게 됩니다. 출산은 영아나 산모 모두에게 커다란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주는 과정인데, 태아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 세상에 나오게 되며 태어난 신생아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알아보려합니다.
출산과 분만의 단계
1. 출산
태내발달기간 38주를 채우게 되면 이제 태아는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 이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게 됩니다. 즉, 38주가 되면 태아는 자궁 속에서 출산에 도움이 되도록 스스로 몸의 위치를 변경하여 몸 전체를 모체의 자궁경부 가까이로 이동합니다. 이때 가장 바람직한 태아의 자세는 머리가 자궁경부로 향하는 자세입니다.
이렇게 태아는 자궁 속에서 스스로 출생 준비를 하지만 의사나 부모, 특히 임신부는 언제 아기가 출생할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38주가 되면 어떻게 분만이 시작될까요? 이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다소 다르게 설명하고 있는데, 일부 학자들은 태아가 커짐에 따라 확장되던 자궁이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하게 되어 그 결과 분만이 시작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태아와 모체의 호르몬(옥시토신, oxytocin)의 결합이 결정적 균형 상태에 도달하면 태아가 모체에게 출생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리게 된다고 말합니다.
분만의 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다르게 설명하고 있지만, 분만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신호로 시작됩니다. 첫째, 진통이 오기 시작합니다. 진통은 처음에는 비교적 불규칙하고 간헐적이다가, 점차 진통의 간격이 짧아지고 그 강도도 커집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진통의 간격은 30분, 20분, 10분, 5분, 3분으로 점차 줄어듭니다. 진통이 5분 이하의 간격으로 오면 분만이 임박한 것입니다. 둘째는 이슬입니다. 이슬은 자궁경부가 확장되어 양막의 일부가 자궁벽에서 떨어지면서 배출되는, 피가 섞인 분홍색의 점액입니다. 먼저 이슬이 보이고 진통이 오면서 분만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진통이 먼저 시작되거나 두 가지가 동시에 오면서 분만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사람에 따라서는 이슬이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는 양수의 파괴입니다. 이것은 양수막이 파열되어 양수가 나오는 것으로 파수라고도 합니다. 파수가 되면 대부분 바로 분만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진통이 시작되기 전이나, 진통이 일어나더라도 아기가 태어날 수 있도록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파수가 되면 출산에 어려움이 따르며 태아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2. 분만의 단계
분만과정은 개구기, 출산기 및 후산기의 세 단계로 나뉩니다.
첫번째 단계는 진통기간으로 개구기라고 하며, 출산의 준비기입니다. 진통은 자궁경부를 열기 위하여 규칙적으로 수축이 이루어지는 데서 오는 현상입니다. 진통은 처음에는 20분, 30분으로 비교적 불규칙한 간격으로 짧게 오다가 개구기의 마지막 무렵에는 3분 또는 5분 간격으로 비교적 일정해지며 강도가 심해집니다. 개구기는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려 최대의 크기, 즉 약 10cm 정도가 되었을 때 끝나며, 대개 6시간에서 13시간이 걸립니다.
개구기의 진통을 초래하는 근육운동과정은 불수의 근육이 작용하는 과정이므로 산모가 긴장을 푸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출산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신체의 긴장을 풀면 자궁 경부를 둘러싼 근육의 이완이 촉진됩니다. 반면에 공포심 때문에 긴장하게 되면 근육이 팽창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더 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따라서 임신부는 출산 이전에 긴장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기도 합니다.
두번째 단계는 자궁 경부가 완전히 열린 때부터 아기가 모체 밖으로 나올 때까지를 말하며, 출산기 또는 배출기라고 부릅니다. 강한 진통은 산모로 하여금 아기를 자궁 밖으로 밀어내도록 힘을 주게 합니다. 아기의 머리가 자궁의 입구에 도달하게 되면 태아는 몸의 위치를 약간 바꾸어 어깨와 몸의 나머지 부분이 쉽게 자궁을 나올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태아와 모체의 노력에 의해 아기가 출생합니다. 출생 직후 아기는 큰소리로 우는데, 만약 울지 않으면 의사는 아기의 등을 부드럽게 문질러 주어서 폐가 활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일단 폐가 활동할 수 있으면 의사는 탯줄을 자릅니다. 비로소 아기의 독자적 삶의 시작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두 번째 단계는 20분에서 90분 정도 걸립니다.
세번째 단계는 후산기 또는 산후기라고 하는데, 이 마지막 단계에서 태반과 양막이 자궁 속에서 배출됩니다. 태반이 나오면 의사는 이를 철저히 검토합니다. 왜냐하면 자궁 속에 조금이라도 찌꺼기가 남는다면 모체에 감염이나 출혈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마지막 단계는 대개 몇 분 내에 끝납니다. 이렇게 해서 출산과정은 첫 아기의 경우 평균 14시간, 둘째아기의 경우 평균 8시간 정도 걸립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머리는 출산 시 모체의 골반을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변형되기 때문에 길쭉하거나 일그러져 있고 피부도 쭈글쭈글하여 예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끈적끈적한 태지와 솜털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아기는 건강진단이 이루어지면 깨끗이 씻긴 후에 부모에게로 가게 됩니다. 때로는 아기의 탯줄을 자르기 전에 아기를 산모의 몸 위에 엎어 놓기도 합니다. 이것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일부 심리학자나 의사들이 어머니와 아기의 유대관계(bonding) 형성과 유지에 출생 직후 어머니와 아기의 신체적·정서적 접촉이 결정적이라고 주장한 것에 의한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실제 인간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경우 출생 직후 몇 시간이 특정 학습 또는 각인(imprinting) 형성에 결정적인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여 인간에게도 아기의 출생 직후 몇 시간은 결정적 시기이며 이 기간 중에 어머니와 아기의 피부접촉이 둘 사이에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