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에서의 성차
남아와 여아의 놀이를 관찰해 보면 그 이유가 어떠하든지 간에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차이는 남·여에 관한 전통적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아는 더 자주 킥킥거리고 재잘거리고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반면, 남아는 거칠게 소리 지르고 서로 치고받는 등 감정표현에 있어서 비언어적이라는 것 입니다. 영유아들이 놀이를 하고 있을 때를 관찰해 보면 소음, 움직임, 접촉, 언어적 다툼, 신체적 다툼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남아는 여아보다 실내·외 활동 모두에서 보다 거칠고 활동적입니다.
6개월이 시작되면서 영아는 성별 구분이 가능해진다(Walsh, Katz, & Downey,1991).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그보다 늦은 시기에 성별구분을 하는데 이렇게 영아가 성 정체성이 확립될 때 놀이의 특성도 변합니다.
연구에 따르면(LaFreniere, Suayer, & Gauthier, 1984) 영아의 성정체성이 형성되면 동일한 성의 또래와 보다 많은 놀이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다른 성의 또래와는 놀이를 덜 합니다. 이러한 경향성는 영아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연구방법에서의 차이와 자녀의 인성, 행동에 따라 부모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로 부분적인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Lindsely, Mize, & Pettit,1997). 예를 들어 문화에 따라 남아와 여아를 분리하기도 하고 전혀 그렇지 않은 문화권도 있으나 유아교육기관에 들어오게 된 후 영유아들은 주로 동일한 성의 그룹에서 놀이를 하게 된다는 점이나 가족과 부모역할에 따라 놀이에서 성 차이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차이는 부모의 딸과 아들에 대한 상호작용의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영아발달지표에 따르면 13개월경의 연구대상 절반정도의 영아들이 자신의 성과 일치되는 놀잇감을 선택하고 남아들이 여아들보다 자신의 성과 일치하는 놀잇감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2세경이 되면 성 유형화된 놀이의 선택이 나타나게 되며, 여아의 경우 인형, 봉제동물, 미술자료 등을, 남아들은 적목, 탈것, 총 그리고 사물을 더 많이 선택하여 놀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영아들이 아직 분명한 성 정체감을 확립시키기 전이나 장난감을 성별에 따라 분명히 구분할 수 있기 전부터 놀잇감에 대한 남아와 여아의 선호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Fagot Leinbach, & Hagan, 1986).
이러한 활동의 차이가 바로 영유아의 놀이유형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유아교육기관의 자유놀이시간에 관찰해 보면 여아는 남아보다 일찍 소근육 능력이 발달하여 앉아서 하는 놀이나 구성놀이를 더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남아는 거친 운동을 하면서 대근육 활동과 기능놀이를 더 많이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남아보다는 여아와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기 쉽습니다.
상징놀이에서도 남 · 여의 차이를 보이는데 전반적으로 볼 때 남아가 여아보다 상징놀이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아 여아보다 상징 놀이를 더 즐기며 그 내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남아는 싸움에 관한 내용을 상징놀이의 주제로 즐겨 사용하는 반면, 여아는 가정생활에 관한 내용을 상징놀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Pulaski, 1973).
맥클로이드(Mcloyd, 1980)도 남아는 상상적이고 활동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여아는 가정생활, 결혼 등의 정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김은기 (1983)의 연구에서도 남아와 여아 간의 상징놀이 내용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남아는 군인, 경찰놀이, 자동차, 교통놀이, 해적놀이 등을 많이 하는 반면, 여아는 소꿉놀이와 극화놀이를 많이 하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 남아는 놀이에서 독립적이며 탐색적인 반면, 여아는 의존적이고 탐색놀이를 적게 합니다. 또한 남아는 실외 놀이를 더 많이 하나, 여아는 실내 놀이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놀이 활동에서 나타나는 성 차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영향을 받았는데, 1926년에서 1960년대 사이의 아동의 놀
이를 분석한 연구(Sutton-Smith andRosenberg, 1971) 를 보면 여아가 전통적으로 남아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놀이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증가하였습니다. 이후 셔턴-스미스(1972)의 연구에서도 남아의 놀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덜 격렬해지는 반면, 여아의 놀이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남성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앞에서와 같이 놀이에서 남아와 여아 간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놀잇감의 선호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취학 전 아동을 보면 여아의 경우 인형이나 미술도구, 소꿉을 가지고 더 오래 노는 반면, 남아는 블록이나 바퀴 달린 놀잇감, 구성 놀
잇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통 발생적으로 보면 놀잇감 선호도에서 남 · 여의 성차는 아주 일찍부터 나타나 2세 이전에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30~32개월 영아들의 성 고정관념 연구에서 인형은 여아용 놀잇감으로, 트럭이나 로봇은 남아용 놀잇감으로 구분하여 인식하였습니다(Smith & Daglish, 1977).
이와 같이 놀잇감의 선호도뿐 아니라 놀잇감을 선택하는 선호도의 폭이나 놀이 활동에서도 여아의 경우 더 다양성이 있습니다. 여아는 놀잇감에 대한 선호도의 폭이 남아보다 넓어 여아용 놀잇감을 남아용 놀잇감보다 어느 정도 더 사용하지만, 남아는 여아용 놀잇감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 연구(Liss, 1981)에서 보면 유아에게 여아용 남아용 그리고 남 · 여성구별 없이 사용될 수 있는 중성용 놀잇감을 주고 놀게 한 결과 남아의 경우는 남아용 놀잇감과 중성용 놀잇감을 가지고 놀 때 더 친숙하게, 즐겁게, 적절하게 노는 반면, 여아는 모든 범주의 놀잇감을 골고루 가지고 노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