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5) 아버지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
  영아기의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아의 양육에 대한 부담은 주로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가사부담자로서의 역할과 자녀의 양육자로서의 역할 모두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 그동안의 보편적인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생활수준의 향상, 서비스 부분의 확대, 출산율 감소 및 의식의 변화로 인해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핵가족화 경향 및 여권 운동의 영향으로 부부의 동반자적 관계가 이상적인 결혼 규범으로 인식되면서 가사일과 자녀 양육에 있어 남성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남성도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보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어 한국 사회의 아버지에게도 자녀의 양육에 직접 참여할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김영두, 이대균, 2011).
  아버지에 대한 연구들은 아버지의 역할이 자녀의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게 합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심리학자들은 부부재(아버지의 부재가)가 특히 남아에게 주는 영향을 토대로 아동발달과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남아는 동일시 대상의 부재로 인해 학업성취에 문제를 가질 뿐 아니라 성역할발달, 공격성 통제에 어려움을 갖게 된다고 설명합니다(Lamb, 1981). 동일시 (identification) 의 기본 아이디어는 남아가 아버지와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면서 아버지의 특성, 태도, 행동을 동화 한다는 것으로,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경우 남성적, 성취적 행동에 대한 적절한 모델이 없어 인지적, 사회적, 그리고 정서적 영역에서 결함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램(Lamb, 1987)은 아버지 부재의 영향은 남아에게 있어 동일시 할 수 있는 남성성의 결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전 가족에 대한 정서적, 경제적 지지의 결손에서 온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부재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는 적절하지 못한 양육유형을 낳게 하고 이는 자녀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발달결과를 낳게 합니다. 남아는 일반적으로 여아보다 일탈적 환경에 더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남아가 더 상처를 받습니다(Rutter, 1986).
  보다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가족의 삶 특히 자녀발달에 뚜렷한 기여를하며, 아버지의 양육참여는 좋은 양육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좋은 아버지란 바로 좋은 어머니와 유사하며, 자녀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부모의 역할로 이루
어지는 좋은 양육을 받기 때문에 더 잘 자라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버지의 양육참여가 자녀의 발달에 기여하는 바는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정도가 많을수록 자녀의 지적, 사회적 발달이 촉진되며 감정이입능력이 발달하고(Lamb, 1986), 낯선 사람에게 맡겨졌을 때 불안감을 적게 보였습니다. 또한 영아기 자녀를 둔 아버지의 양육 지식과 양육 참여 행동이 영아의 애착발달 및 애착 안정성과 역할수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영미, 2008).
  아버지의 지지적인 양육은 영아의 언어와 인지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Tamis - LeMonda, Shannon, Cabrera, & Lamb, 2004), 어머니가 수용적이더라도 아버지가 그렇지 못하면 자녀의 인지발달 수준은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ohner, 1998). 걸음마기 영아들을 대상으로 아버지의 양육활동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아버지들이 영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아주며 돌봐줄수록 영아들의 문제해결능력은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asterbrooks & Goldberg, 1984). 아버지의 놀이참여는 특히 신체놀이와 거친놀이를 할 때 적극적으로 일어나 자녀의 놀이
성에 영향을 주었으며(김수희, 2004), 영아의 성역할 발달과 인지, 사회, 정시, 도덕성 등 전반적인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Franz, 1991).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아버지의 역할에서 자녀 양육 참여, 더 나아가 놀이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양육참여는 영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어머니의 양육행동을 지원해 주는 요인이 되며 아버지 개인의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Nugent, 1991). 어머니가 지각한 아버지의 양육참여도가 높을수록 양육스트레스
의 발생빈도와 강도가 낮아지며 (김정, 2005), 아버지의 자녀 양육참여가 높을수록 어머니의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수준이 낮아졌습니다(유호용, 2001). 결국 아버지의 자녀양육 참여는 어머니의 양육스트레스 감소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아기 자녀를 둔 어머니는 배우자의 양육 지원에 대한 요구도가 가장 높았으며, 자녀양육에 대해 배우자가 심리적, 도구적 지원을 많이 할수록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민은홍, 2008). 이는 어머니의 양육지원에 배우자 즉 영아기 자녀의 아버지 역할이 중요함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