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3) 발달 단계와 부모의 역할

 발달단계와 부모역할
(1) 태내기의 부모역할
  우리 조상들은 태아를 하나의 인격체로 어겨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이라는 나이를 부여하였는데 이처럼 태아를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관점은 건강한 심신의 발달을 위해 태중에서부터 태아를 교육하는 태교로 이어졌습니다(이순형 등, 2011).  인간생명을 창조하는 준비로서의 태교는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가는 일로 부모자녀 관계의 시작으로 보았으며, 이를 위한 한국 전통사회의 태도는 엄격하여 임신 전 여자에게는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요구하였고 남자에게는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요구할 만큼 예로부터 부친과 모친을 주요 대상으로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태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2800여 년 전 중국의 대대예기(禮記)를 비롯해서 6세기경 남북조 시대의 안씨가훈(顔氏家訓), 소학 (小學) 등에 단편적으로 전수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0여 년 전 영조시대에 빙허각 이씨가 지은 규합총
서」가 있으며, 본격적으로 방대하게 저술된 태교 기록으로는 1801년에 사주당 전주이씨가 자신의 태교와 양육경험을 저술한 「태교신기」를 들 수 있습니다(안기주, 2000). 「태교신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아비의 낳음과 어미의 기름과 스승의 가르침이 모두 한 가지이다. 의술에 뛰어난 자는 아직 병들지 아니하였을 때 다스리고, 잘 가르치는 자는 태어나기 전에 가르친다. 그러므로 스승의 십년 가르침이 어미가 잉태하여 열 달 기름만 같지 못하고, 어미의 열 달 기름이 아비의 하루 낳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는 이미 형체와 기질이 형성된 후의 교육은 형체와 기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교육에 비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입니  다(장정호, 2005).
  현대사회에서도 태내기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 자궁내환경이 태아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태내기간과 태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현대사회에서의 태교는 태아의 발달뿐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가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돕고, 태아에게 보다 안전하고 평안한 태내환경을 제공해 주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원영 등(2008)은 이러한 태내기 태아를 위한 부모의 역할, 양육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부모역할은 임신 전 마음가짐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준비 과정 모두임을 인식합니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임신부는 마음의 안정을 취하며 태교를 실천하려는 생활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둘째, 임신한 모체는 신체적 건강과 바른 일상생활 습관을 유지합니다. 태아의 건강과 모체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임신부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합니다. 태아는 성장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모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임신부의 섭생 역시 중요합니다. 모체의 영양상태가 부실하면 유산과 사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저체중이나 신체적 기형을 초래할 확률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임신 중 모체의 음주, 흡연, 약물, 유해한 전자파,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 등도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임신 중 모체의 상태가 곧 태아와 연결 되어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셋째, 임신 중에 태아와 유대감을 증진시키는데, 어머니와 태아는 연대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감정 상태는 곧 아기에게 전달됩니다. 부모가 태아를 위하여 음악을 들려주거나 이야기를 해주면 태아가 받는 정서적 느낌은 뇌에 입력됩니다. 또한 임신부의 심리적 안정감과 부부의 화목한 생활은 태아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합니다. 만일 어머니가 불안정한 정서로 화내면 혈액 속에 아드레날린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태아의 혈액으로 들어가 태아의 정서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모체가 정서적 불안감을 많이 경험했던 태아들은 출생 후 더 자주 울며, 수유와 수면상의 문제가 많고, 자극에 민감하여 후일 과잉행동과 성급한 성격, 소화기 장애를 보입니다 (조성연, 2006).

(2) 영아기의 부모역할
영아기의 발달적 특성에 따른 부모의 역할을 갈린스키(Galinsky, 1983)의 주장을 토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보육자, 보호자로서의 역할
  태어나자마자 네발로 일어서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출생 직후 너무나도 무력한 존재이며 긴 의존기간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영아기 가장 기본적인 부모의 역할은 보육자의 역할입니다. 보육자로서의 부모가 아기와 상호작용 하는 데는 양보다 질적인 면이 더 중요합니다. 영아는 모든 것을 부모에게 요구하고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부모의 주 관심이 아기에게 있어야 합니다(유효순, 이원영, 2011).
  부모는 영아의 수면과 수유 및 배설 등 모든 것을 보살피는데, 어린 영아들은 생김새는 비슷할지라도 그들의 신체적 리듬과 요구는 제각기 다릅니다. 어떤 영아는 적은 양을 자주 먹는가 하면 어떤 영아는 많은 양을 한 번에 먹기를 원합니다. 또 어떤 영아는 기저귀에 소변이 몇 방울만 묻어도 불편해서 칭얼거리는가 하면 어떤 영아는기저귀가 젖어도 밤새 잠에서 깨어나지 않습니다. 부모는 영아의 수유와 수면시간 등에서 고유한 기질과 선호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충분한 영양공급도 필수적인데,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못했을 때 영아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 내의 자극으로부터 움츠러듬으로써 에너지의 균형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러한 위축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을 제한하게 되고 정상적인 발달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을 저해하게 됩니다 (Politt et al.,1996).
  영아가 한 돌을 전후로 걷기 시작하면 부모는 단순한 보육자에서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영아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을 저지릅니다.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위험하지 않은지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아에게는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부모는 보호자로서 영아를 돌볼 뿐만 아니라 주변에 위험한 것은 없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② 기본 신뢰감 형성의 조력자로서의 역할
  에릭슨에 의하면 출생 후 1년까지는 기본적 신뢰감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신뢰감은 주 보호자가 영아의 욕구를 알고 민감하게 충족시켜 줄 때 보호자에 대하여 갖는 믿음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신뢰로 발전합니다.
  반대로 보호자가 일관성이 없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영아를 돌보면 영아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감을 갖게 됩니다. 물론 신뢰감이 영아기에 완전히 형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는 주관심을 아기에게 두면서 아기가 불편을 느낄 때 그 원인을 빨리 제거해 주고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며 접촉을 해주어 아기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아가 배고플 때 울면, 어머니가 먹을 것을 준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면 영아는 자신의 욕구를 참고 조절할 줄 알게 됩니다. 반면에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자신의 신호가 무시되거나 적절한 반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영아는 자신이 경험한 고통과 좌절 때문에 자주 울고 더 자주 화를 내며 세상에 대해 두려움과 불신감을 갖게 됩니다 (정옥분, 정순화, 2010).

 

③ 상호작용 대상자로서의 역할
  자녀 양육기간 중 부모가 자녀에게 따뜻하고 애정적인 행동을 많이 표현하는 것은 영아기 때일 것입니다. 영아들은 부모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으며(Lorenz, 1970), 영아의 울음은 성인이 다가와 달래주는 것을 유발하고 웃음은 성인이 가까이에 있도록 하는 유발 자극이 됩니다. 이때 부모가 상호작용을 통해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영아의 신호에 반응하게 되면 영아는 부모를 신뢰하고 자신을 조절하게 됩니다. 즉, 영아는 부모에게 울음, 미소, 옹알이를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게 되며 이에 대한 부모의 민감하고 적절한 반응을 통하여 영아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첫째, 생후 6개월 동안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신이 다른 사람과 분리된 존재임을 안다.
  둘째, 상호작용을 통하여 어머니와 다른 사람의 행동 유형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셋째,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안다.

 

④ 자극제공자로서의 역할
  영아기는 피아제에 의하면 감각운동기로 인지발달을 위하여 최적의 감각과 운동경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영아의 감각운동능력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영아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아가 외부와 상호작용하고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도록 부모는 외부세계를 소개하고 중재해 주어야 합니다. 영아가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대상, 소유물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언어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영아는 비록 언어발달이 미숙하나 수용언어는 표현 언어의 세배 이상에 달하며 비록 정확한 단어의 뜻은 알지 못할지라도 부모가 표현하는 언어의 억양과 표정을 통해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이순형 등, 2011). 또한 부모는 풍부하고 다양한 감각적 자극을 제공해 줌으로써 영아가 외부와 상호작용할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극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적 자극을 제시하거나 감각의 협응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자극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각적인 자극은 밝은 색 계통의 명암대비가 뚜렷하고 움직임이 있는 장난감이나 사물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빌 등의 장난감을 영아의 여러 시각적 특성이나 가시거리를 고려하여 제시해 주면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옥분, 정순화, 2010).

 

⑤ 자율성 발달의 조력자로서의 역할
  두 돌을 전후로 영아는 자신을 돌보아 주는 성인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신경근육의 발달과 언어의 발달이 이들로 하여금 주위 환경을 독립적으로 탐색하고 상호작용을 하게 합니다.
  에릭슨은 이 시기를 자율성 형성의 시기라고 하였는데, 부모가 영아의 욕구를 인정하여 주위 환경에 대한 탐색을 격려해 줄 경우 영아에게 자율성이 싹트게 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영아의 탐색을 막거나 지나치게 행동을 제한할 경우 수치심이 생기고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회의를 갖게 됩니다.
  또 이 연령은 '거부의 시기(No age)' 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이 시기의 영아들이 부모의 요구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예: '싫어', '안 해', '아니야' 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대체로 영아가 부모에게서 독립하고자 할 때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 부모는 이러한 영아의 거부반응을 발달과정에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제한하여야 할 행동은 분명히 제한하고 허용할 것은 허용해 주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항상 일관성 있게 대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⑥ 다양한 경험 제공자로서의 역할
  영아기 후반, 즉 두 돌 전후를 시작으로 부모는 영아에게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영아기에 필요한 경험은 자조능력발달과 사회성 및 지적 발달을 위한 것입니다.
  자조능력이란 스스로 먹고, 대소변을 가리고, 옷을 입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영아기 후반부는 특히 대소변 훈련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생후 두 돌을 전후로 괄약근 조절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대소변을 완전히 가릴 수 있게 되지만 이전부터 기회를 주고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일찍 훈련을 하는 경우 부작용이있음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또한 눈과 손의 협응 및 소근육 운동의 발달을 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한편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는 또래와의 상호작용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언어발달을 위해서도 또래와의 상호작용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호기심과 지적 능력의 발달을 위해서는 각종 놀잇감을 구비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