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됨의 변화와 적응
(1) 부모됨의 변화와 어려움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실시했던 여러 조사에 따르면, 부부의 행복곡선은 첫아이의 탄생과 함께 점점 내려가기 시작하다가 아이가 14살이 될 때까지 쭉 내리막길을 탄다고 합니다(정미나 역, 2011). 특히 영아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양육과 양육지식 및 지원에 대해 많은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매우 낮은 양육 스트레스도 양육행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Abidin, 1990). 이러한 국외 연구 결과는 국내의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지각할수록 자녀에 대해 강압적이고 거부적인 양육행동을 많이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안지영, 2001), 이로 인한 부모역할만족도가 낮았습니다(임순화, 2009). 또한 영아기 자녀를 둔 취업모의 경우 중간정도의 양육스트레스를 보였으며 양육부담을 가장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로 지각하고 있었습니다(박봉주, 2006).
부모는 자녀를 낳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며, 그 무엇보다 보람 있는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결혼생활과 가족의 요구를 처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더러 배우자에게 화나고 원망스럽고 짜증나고 불만스러운 감정이 치밀기도 하는 것이 많은 부모들이
느끼는 현실입니다.
오늘날 부모됨에 부딪치는 어려움의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박성연 외, 2003).
첫째, 부모됨의 과정은 여러 선택의 과정이며 각각의 선택의 기로에서 부모들은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령 자녀를 낳을 것인지, 언제 낳을 것인지, 몇 명의 자녀를 낳을 것인지, 터울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직장에 다닐 경우 양육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등 자녀출산 및 부모됨과 관련해서 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둘째, 어머니는 일과 가사와 육아의 삼중부담을 안게 됨으로써 부모역할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전과 달리 기혼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으며 우리 문화에서는 취업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남편보다 가사와 양육에 더 많은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새롭고 다양한 가족구조와 역할모델의 등장으로 인한 부모역할 확립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현대사회는 이혼과 사별, 재혼의 증가로 한부모 가족, 계부모 가족이 증가하였고, 10대 임신과 출산도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가족구조에 따라 부모가 취해야 할 역할 또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에 적응하며 부모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로 다가옵니다.
넷째,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체계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취업률이 크게 증가한 데 비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육아휴직, 부모교육, 보육시설, 부모역할을 지지하는 근로 형태 등의 보육 및 탁아제도는 아직도 빈약합니다.
다섯째, 가족 주기 상으로는 결혼만족도의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임신부터 첫 출산 후 9개월까지 결혼만족도와 애정이 감소하며, 특히 어머니의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애정표현 역시 임신말기부터 출산 후 3개월 정도까지 감소하며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경향을 보여 점차 동반자 관계가 향상됩니다(Belsky, Lang & Rovine, 1985). 또한 첫 자녀를 출산하면 부부는 부부로서의 역할 외에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며 일과 가사, 양육까지 하게 되어 노동량과 긴장감이 증가합니다. 양육 및 가사분담에 대한 기대가 큰 어머니일수록 부모기로 전이하면서 결혼만족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부모됨의 적응
자녀가 태어나면 부부만의 일상생활, 규칙, 역할 등으로 이루어져 있던 부부중심의 가족체계는 복잡한 상호작용적 관계망으로 변화합니다. 자녀라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출현은 전체적인 가족체계에 영향을 주며 외부환경과 상황에 대한 반응
으로 가족체계가 아래 그림과 같이 재편성되게 됩니다
자녀양육은 부부 공동의 책임이라는 개념이 차츰 보편화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부모됨에 따라 재편성된 가족체계에 효과적인 적응을 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정미나 역, 2011).
첫째, 부부는 자녀 양육에 대한 문제를 공유하고 육아를 분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태어나고 처음 몇 달 동안엔 으레 어머니가 육아를 도맡고 아버지는 주변인처럼 집안일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시기 동안 부모가 최고의 만족감을 얻기 위한 중요한 과제는 각자가 공평하게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맡은 노고의 양과 종류에 대해 두 사람 모두 타당하다고 수긍하는 것입니다. 가령,어머니가 육아를 맡고 있으면 저녁은 아버지가 준비하는 식입니다. 이것은 시간관리 라기보다는 꿈과 비전을 공유하는 문제이므로, 거래하듯 주고받는 형식의 수고 분담은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합니다.
둘째, 부부는 각자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과 가족의 균형을 맞추기란 상대 배우자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서로 살펴주는 일입니다. 즉, 소득을 위한 활동, 가족과의 시간 등을 별개로 여기기보다는 하나의 큰 퍼즐로 보면서 각 부분이 얼마나 잘 어울리고 있는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인간은 가족의 욕구와 자신의 직업적 책임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 가정에서 더 높은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직장에서도 더 높은 생산성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셋째, 부부는 재편성된 가족체계 안에서의 갈등을 다루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나 우리의 경험에 의거할 때, 부부싸움은 '자녀가 생기기 전' 과 '자녀가 생긴 후'로 나누어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자녀가 생기기 전의 싸움은 마음의 상처, 이기주의, 의사소동의 실패 때문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놓는' 식이 됩니다. 모임에 나갔을 때 충분한 배려를 해주지 않았다거나, 시어머니가 자신에게 너무 고집이 세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데도 남편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등이 싸움거리가 됩니다. 그러나 자녀가 생긴 후의 싸움은 '비난을 풀어놓는' 경향을 띤다. 싸움이 격해지는 계기가 말다툼의 실질적 원인 때문이라기보다는 말다툼의 진행방식인 경우가 더 빈번합니다. 싸움을 악화시키는 계기는 비꼬고 맞받아치면서, '당신은 항상', '당신은 단 한 번도' 식의 말을 하는 것이지 다툼의 발단이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자녀가 생긴 후라면 이런 식의 싸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싸움의 잠재적 피해자가 생겼고, 그 부수적 피해가 아주 실질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자녀교육의 파트너십 관계를 굳건하게 지키려면 존중과애정, 유머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의 문제를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이것은 부모와 자녀 간의 삼각관계에서 감정의 통로가 양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녀에게 쏟는 노력만큼 파트너십의 관계를 북돋고 발전시킨다면 결혼만족도도 높아질 것입니다.